2만2천9백볼트 특고압에 감전돼 서른 여덟의 나이로 안타깝게 생을 마감한 김다운 씨.
"상견례를 2주 앞둔 예비신랑이 머리에 불이 붙어 까맣게 타들어 간채 전신주에 거꾸로 매달려 있었다. 병원에서 19일을 버티다 끝내 숨졌다"는 믿지 못할 이야기.
이런 죽음이라면 분명 이슈가 됐을 게 분명했습니다. 그런데 어디에도 실리지 못한 채 잊혀져 갔습니다.
김다운씨는 한전의 하청직원이었습니다.
몇 번이고 반복되는 하청 사망 사고.
구의역에서 컵라면을 남기고 사망한 19살 청년의 사건으로 하청 노동자의 삶이 반짝 조명되었지만,
또 한번 스러져갔습니다.
2021년 산재 사망 790명, 그 중의 반은 하청업체 직원이라고 합니다.
결혼을 몇 달 앞둔 38세 김다운 씨의 죽음의 뒤엔 무엇이 있었을까요?
김다운씨의 죽음을 세상에서 지우려 했던 사람들.
1. 하청업체
그들은 안타까운 사고일 뿐이다 라고 말합니다.
절연이 되는 "활선차"를 타지 못해서, 일반 트럭을 혼자 몰고가 절연이 안되는 안전줄로 작업하다 사고가 났는데도
"지침상 그럴수 있다"고 했습니다.
되려, 하청업체 대표는 "이미 끝나가는 일"이라며 당당한 태도를 보였습니다.
"2개월 지난 거잖아요 다 발인도 했고‥다 이제 종식돼가는데 이걸 다시 불을 지피셔가지고 그거하신다 는 건 저는 좀 그거한데‥" - 하청업체 대표와의 통화 中-
2. 한국 전력공사(이하 한전)
사전 승인 없이 진행되서 통제를 하지 못했다.
우리는 모르는 작업이었다.
거짓이었습니다.
알고보니 한전 직원은 사고 현장에서 다운씨를 만나 2~3분간 대화를 나눴고, '작업을 시작하겠다'는 보고를 받은 뒤, 전봇대 밑에 대기하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사고 후에도 어떤 조치도 취하지 않은 채, 다운씨는 1시간 넘게 특고압 전기줄에 매달려있어야만 했습니다.
(119는 출동했지만 환자가 고압선에 얽혀있는 상태라 구조가 늦어짐)
지금도 한전은 사고책임을 인정하지 않습니다.
한전은 자신들이 원청이 아닌 '발주처'라고 계속 강조했습니다.
현행법상 하청업체를 직접 관리하는 원청업체는 사망 사고가 나면 처벌을 받습니다.
하지만 작업에 관여하지 않는 '발주처'는 아무런 처벌을 받지 않습니다.
법적 책임을 피하려는 걸로밖에 보이지 않았습니다.
3. 안전 장비 없이 작업 강요
절연이 되는 활선차를 타지 못했습니다.
2인 1조 작업이 원칙이지만 혼자였습니다.
사고가 난 작업구역이 김다운씨의 담당도 아니었지만 하청업체의 지시로 퇴근직전에 출동해야만 했습니다.
13만 5천원짜리 단순공사라며, 안전관리자도 없이 업무를 보아야 했습니다.
김 다운씨는 사망하였고, 그의 인터넷 쇼핑몰 장바구니에는 39만원짜리 절연장갑이 담겨져 있었습니다.
다운 씨가 근무한 하청업체에서는 지급하지 않았기 때문이죠.
과연 김다운씨의 죽음은 사고일까요?
아니면 원청과 하청이라는 그 시스템이 김다운씨를 사망케 한 것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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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부터라도 이번 같은 희생자가 또 생기지 않길 간절히 바래봅니다.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